한인문화센터와 함께 무료 파이낸셜 워크숍을 진행 중인 오청하 강사를 만났다. 오 강사는 작년 12월 16일 첫 번째 워크숍을 열고 재정 목표 수립과 리스크 관리에 대해 강의한 이후 모기지브로커, 리얼터, 보험브로커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캘거리 한인들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워크숍은 현재 3회째 진행됐으며 회당 평균 15-20명의 한인들이 참석해 투자와 절세 대책, 재무 계획 등 유용한 금융 지식을 얻어갔다.
1.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 캐나다에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영어 교사로 일했는데, 그때부터도 숫자를 좋아하고 재무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원 시절, 은행업계의 서비스 개선 방안에 대해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캐나다에 정착한 이후 2년간 보험브로커로 일하면서, 같은 재무 분야라도 좀 더 장기적으로 개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저한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8년부터 자산 관리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Certified Financial Planner 자격증을 따서 투자뿐 아니라 세금, 은퇴 계획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자산 설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습니다.
2. 파이낸셜 워크숍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벌써 3회째 무료로 진행하고 계세요. 이런 봉사를 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센터와의 인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2021년 재무 역할을 맡으면서 센터 운영진에 합류했습니다. 2022년에는 회장으로 취임해 봉사하면서 그해 2월 한글책 도서관(현 한나무도서관) 개관에도 힘을 보탰고요. 이민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줄곧,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한인사회와 나누고 한인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을 제공할 기회를 찾고 싶었는데요. 센터에서 봉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워크숍 시리즈를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한테 센터는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입니다.
제가 재무 관련 분야에서 일한 지도 8년 정도 됐는데요. 세상에 돈이 안 중요한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정작 돈을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분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 관리의 기초를 다져주는 워크숍을 열게 됐어요. 자산 관리의 핵심은 고객에 대한 관심이에요. 고객의 성향과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딱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게끔 계속 교육해 드려야죠. 그런 점에서 제 교직 경력과도 연결이 되고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저한테 잘 맞는 일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다른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게 보람차고요.
3. 워크숍에 온 분들에게는 1시간씩 무료 개별 상담도 해 주시잖아요. 그간 워크숍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감사하게도 다들 만족도가 높으세요. 주변에서 듣는 부정확한 정보에만 의존하다가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피드백을 주실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죠.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키워 드리는 게 워크숍의 목표기도 하고요.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다가 상담을 통해 깨닫는 분들도 계세요. 가령 부동산이나 주식 등 빠른 현금화가 어려운 투자처에 대부분의 자산이 묶여 있는데 막연히 나는 돈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집을 사거나,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등 단기간에 목돈이 나가는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거든요. 개별 상담에서는 그런 문제점을 정확히 알려드리고,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함께 해결책을 조언해 드려요.
남의 말만 듣고 중요한 재무 결정을 내리는 건 위험합니다. 왜, 몸이 좀 안 좋아서 증상을 검색해 보면 죄다 암이라는 식으로 나오잖아요? 이런 식으로 잘못 알고 계시는 정보를 각자의 상황에 맞춰 바로잡아 드리고, 재정 파트너인 배우자와 우선순위에 대한 합의를 하실 수 있게 도와 드리는 게 개별 상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 같네요.
4. 자산관리전문가의 개인적인 파이낸셜 목표가 궁금해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대충 정리가 됐죠. 모기지 상환이나 교육비 지출, 리스크 관리 등 전반적인 점검을 마친 상황이라 뭘 말씀드려야 할지... 일을 좋아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생각이라 은퇴 관련해서도 큰 문제가 없고요. 아, 신랑이 조기 은퇴를 너무 하고 싶어해요. 10년 내로 은퇴시켜 주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이후에는 신랑의 내조를 받으면서 저는 더 열심히 일하려고요. (웃음)
5. 파이낸셜 워크숍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일과 봉사는 제 삶을 굴리는 두 개의 바퀴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봉사 활동을 했고, 살면서 꾸준히 더 나누고 싶어요. 일단은 워크숍을 앞으로도 계속, 오래 할 계획이고요. 더 많은 분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나 한인사회 밖으로도 범위를 넓혀가려고 해요.
2번째 워크숍에서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같이 강의를 진행했는데, 이런 협업도 더 강화할 생각이에요. 삶의 질에서 돈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돈 걱정이 있으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산 관리가 전체적인 웰빙과 행복의 기반이 되는 거죠. 제가 자산관리사라고 하면 잘 나가는 주식 찍어달라는 분들이 많은데, 자산 관리는 사실 투자보다 훨씬 큰 개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캘거리 한인들이 파이낸스 외적으로도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저희 워크숍에 의사나 심리치료사도 초청해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하고 있어요.
제 삶의 테마는 돈이 아니라 행복이에요. 한인사회가 더 행복해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