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센터 소식
2. 도서관 이모저모
3. 수업 및 행사 안내
4. 공지사항
5. 책박물관 탐방기
6. 읽을거리 from 쓰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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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소식
원데이클래스 '한입글쓰기'
2024년 3월 9일, '캘거리에 삽니다'를 주제로 원데이 글쓰기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 안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며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참석하신 수강생 이희숙 님의 작품 일부를 소개합니다.
"캘거리의 삶은 참 단조롭다. 캘거리에 살면서 시간 여유가 많아지니 나 자신을 찾게 되었다. 내 안에 기쁨이 가득하고, 자연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내가 선택한 캘거리에서의 삶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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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모저모
한나무도서관 추천도서: H마트에서 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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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용도는 다양하다. 재미난 얘기로 독자를 즐겁게 해 주려고 쓰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쓴다. 그중에서도 memoir란 기록을 위한 기록이다. 작가 미셸은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려고, 혹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쓴다. 이 책은 H마트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정의 기록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 H마트를 찾았다가, 더는 어떤 미역을 사야 좋을지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방황하고, 이런 내가 아직도 한국인인가를 고민하는 여정.
미셸에게 엄마의 존재는 자신의 한인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나침반이자 아카이브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부터의 나를 꾸준히 기록하고, 언제든지 그 기록이 필요할 때는 아낌없이 내어주는 거대한 기억 창고. 그 아카이브가 소멸된 이후 미셸은 스스로 기록에 나선다. 참으로 잔인한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기록을 잃고서야 비로소 기록을 만든다. 기록이 사라진 빈자리가 있기에 새로운 기록을 채워 넣을 수 있다. 그건 마치 엄마를 추억하며 만든 음반이 히트해서 내한 공연까지 갔지만, 정작 성공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가 세상에 없는 아이러니와 같다. 엄마의 상실 없이는 H마트에서 울 일도 없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일도 없었던 아이러니.
그러나 미셸은 독자적인 여정을 거쳐 한국인과 미국인의 경계를 벗어난 정체성을 찾았다. 상실과 고난을 품고 아티스트로 각성한 그녀에게, 한국인의 입맛과 미국인의 언어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라 음악과 글쓰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자산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이 뜨끔해지는 일이다. 대개의 부모들이란 어떻게 내 자식의 잠재력을 북돋아줄까를 노심초사하지만, 미래 세대가 진정으로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방법은 전 세대의 소멸뿐인지도 모른다. 성벽이 버티고 선 자리에는 새로운 길을 낼 수 없으니까.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또 한 가지는 기록의 힘이다. 1인칭 화자 미셸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그 입장에 공감하게 된다. '저 엄마도 참 모질었네'라거나 '저 아버지 참 못났네' 같은 감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기록함으로써 승자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셸이 부모의 흠결은 세세히 묘사하는 반면 엄마랑 몸싸움을 하는 지경까지 간 자신이 그 밖의 어떤 말과 행동으로 그들을 박박 할퀴었는지는 굳이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Thanks to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그 아버지의 속내를 우리는 끝내 알 수가 없다.
미셸은 기록을 통해 가족 관계를 재정립하고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덤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자산을 얻고, 정체성도 확립했다. 망치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한식 레시피를 섭렵한 그녀는 이제 한인 마트에서도 헤매지 않게 됐을까? 아마도. 이 기록과 여정을 기반으로 길 잃은 어린애에서 자기 앞가림은 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덕분에 그 정도의 힘은 생겼으리라. 당당하게 마트를 누비다가 세일하는 미역을 집어들고 유유히 떠나는 미셸의 뒷모습을 보면, 그 어머니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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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1. 무인도서관 안내
- 매주 일요일 한나무 무인도서관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 운영시간은 오후 1-5시입니다. 사람이 없어도 혹은 회원이 아니셔도 안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책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도서관책 대출은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있으며 곧 적용할 예정입니다. 기존 회원님들께서는 무인 반납함을 이용하셔서 편한 시간에 반납해 주시면 차후에 봉사자가 시스템에 입력하여 반납 완료해 드리겠습니다. - 처음 무인도서관에 오신 경우는 게시되어 있는 봉사자나 이메일(tckcc2019@gmail.com)을 통해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2. 봉사자 모집
- 4월 도서관 봉사 가능하신 분들, 지금 신청해 주세요!
- 추가 봉사자 상시 모집합니다.
3. 봉사자 혜택
- 도서관 연간 회원권 할인
- 각종 프로그램 할인/우선권
- 글쓰기수업 할인
- 주짓수수업 무료 체험
- 베이킹클래스(Willow Cake & Bake) 할인
- 봉사자의 날 참여
- 연말 시상 등
4. 2-3월 봉사자 명단
봉사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여러분들 덕분에 캘거리 한인들이 마음의 곳간을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가나다순)
- 김미선
- 김태헌
- 박누리
- 박선애
- 이영민
- 장누리
- 지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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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고국의 송파 책박물관을 방문했다. 인기가 많다고 해서 평일에 찾아갔지만, 그래도 널찍한 주차장이 이미 많은 차들로 북적거렸다.
입구 회전문을 통해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낌이 너무 좋았다. 지은 지 1년밖에 안 된 한국 최초의 공립 책박물관답게 시설이 매우 깔끔했고, 입구에서부터 큼지막한 서재와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책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2층으로 올라가는 큰 계단이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절묘하게 구성한 서재가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이후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간들, 박물관의 전시 작품들, 책의 역사를 다루는 관람 코너, 오디오책을 듣는 공간,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재미난 구조로 도서관을 구성하고 있었다. 왜 이곳이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끄는지 충분히 납득이 됐다.
첫날 많은 볼거리를 즐기고 이후 몇 번 더 방문해서 도서관으로도 활용해 보았다. 아이들이 많아서 조금 집중이 안되지 않을까 염려도 했지만, 한국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함께 곳곳에 비치된 책상과 공부할 수 있는 장소들이 얼마든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책박물관 근처의 맛집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피자애호가인 절친이 소개한 '스폰티니'라는 조각 피자집(내돈내산!)을 소개하려고 한다. 휴일과 브레이크 타임, 기타 등등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겨우 롯데월드 지점에서 포장에 성공한 피자를, 친구들과 같이 먹으려고 또 30분을 달려가서 간신히 먹어봤더니 그 맛은?!
역시 피자는 식기 전에 먹어야 하는 교훈을 얻긴 했지만, 이탈리아 본토에서 들어온 집이라니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두 줄 요약]
1. 송파 책박물관에 가봤더니 입이 떡 벌어지게 재미난 경험을 실컷 할 수 있었다.
2. 우리 한나무 도서관도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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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from 쓰는시간
다 가진 여자 by 수강생 오현미
오늘도 현주랑 현영이가 학교에서 늦는가 보다. 아까부터 목을 길게 빼 들고 애들이 오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린 게 헛수고다. 벌써 4시 30분이 넘어 조금 있으면 포장마차 준비하러 시장 보러 나가야 하니, 아무래도 오늘도 애들 얼굴을 못 보고 나가야 할 것 같다. 저녁으로 준비해 놓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장조림 반찬 위에 손 편지를 올려놓고 아쉬운 마음으로 시장길에 오른다.
현주야, 엄마가 오늘도 현주와 현영이 얼굴 못 보고 일하러 간다. 현영이 잘 챙겨서 밥 다 먹고, 9시 넘으면 텔리비젼 보지 말고, 이 닦고, 불 꼭 끄고 자야 돼. 현영이가 무섭다 그럼 너가 현영이 좋아하는 찬송가 불러주는 거 잊지 말고, 추우면 전기장판 히터 6으로 올리구... 사랑해 우리 큰딸...
나는 오늘도 경동시장에 들러서 홍합이랑 동태 7마리, 어묵 5팩, 대파 7단을 사 들고 버스에 올랐다. 생선 냄새가 진동을 하니 옆에 있는 학생이 나를 흘끗 쳐다본다. 이젠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처음에는 누가 싫은 기색이라도 하면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166번 종점에 다다라서 새 아파트 짓고 있는 공사판. 얼마 전부터 시작한 포장마차가 추운 한겨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떡하니 천막을 펄럭이며 나를 반긴다. 남편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도 1년이 지났다. 애만 키우다 갑자기 나가서 돈 벌려고 하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형제들 도움으로 이래저래 몇 개월은 버텼지만, 밖에서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작은 애가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동생이 소개시켜준 아파트 단지에 포장마차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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