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자의 성지순례(3)- 파리 생 주느비에브 도서관 by 김태헌
버스를 타고 파리에 아침에 도착했다
버스 창밖으로 바라본 파리의 센강은 불친절한 서울의 한강과 왠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착한 정류장에 풍기는 오줌냄새와 청결하지 못한 풍경들이 나의 첫 이미지를 굳혔다
파리는 거리는 여행객들보다는 한달도 남지 않은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많은 곳들이 공사중이였고 판테온쪽으로 향하는 버스는 한 시간이 지나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큰 베낭 두개를 짊어진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오지 않는 버스에게서 느끼는 미련과 차들의 교통체증이 불편했다
다른 버스 정류장까지 센강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 넓은 센강 옆을 저벅 저벅 걷는다
넓은 한강변을 걸으며 무언가에 답답해했던 어린 날의 나와 조우하기도 한다
다른 버스를 타고 판테온에 도착했다
판테온 앞 광장에서 판테온과 멀리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조금 기운이 나자 바로 옆 도서관을 찾아 간다
도서관은 외관은 판테온과 같이 그냥 무뚝뚝하기만 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기존의 도서관들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로비에서 학생임을 증명하는 학생증을 보여주고 이 곳의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는 이런 무뚝뚝한 과정을 거치며 드디어 큰 계단을 올라 메인 홀로 들어선다
와
하고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내부의 모습은 마치 언젠가 보았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정보들을 모으기 위해 세계 유서 깊은 도서관에서 주인공들을 비추던 그 곳이었다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본다
책장과 높은 천장, 클래식의 상징인 초록 렌턴, 심지어 의자와 테이블까지 모든 곳에서 유서깊은 내력을 담으려는 느낌을 느낀다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자 너무나 기품이 넘치는 이곳의 분위기는 차갑게만 느껴졌던 파리의 느낌을 조금씩 바꾸었다
다들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대화를 하거나 내가 말을 걸때면 서로에게 집중하는 느낌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이 오래된 곳에 있다는 것에 엄숙해 하지 않고 삐그덕 거리는 바닥소리, 서기와 대화하는 사람들 소리,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이 분위기를 만든다
꼭 겉에서 본 서울 자체가 차가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바쁜 일상이 그들을 차갑게 만든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여기 파리의 도서관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