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무기자단 첫번째 모임 by T>
(1)
온종일 진행된 한인 헬스 페어에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 T는
오후 5시쯤 도서관에 도착했다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그는
도서관 밑에 있는 한코리아로 달려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비빔밥과 반찬은 무지막지하게 맛있었다
도서관 일로 고생한다고 계란 하나 더 얹어 주시는 직원분들에게 T는 너무나 감사함을 느낀다
다시 에너지가 생긴 T는 차에서 짐을 꺼내 들고 가파른 2층 계단을 올라간다
어지럽혀진 도서관을 쓸고 책들을 정리하며 손님 맞이를 한다
오늘은 한나무 어린이 기자단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2)
시간이 다 될쯤 일층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루아님과 보호자인 일한님이 처음으로 도착했다
올해 6학년인 루아님은 2층 메인홀에서 빼꼼히 나에게 인사를 한 후
그대로 쇼파에 앉아 책을 펼친다
곧 있어 유진 멘토님이 들어오신다
반갑게 먼저 오신 기자팀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어린 분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 나가신다
이어서 이든님과 보호자인 향님이 도착하신다
올해 7학년인 이든님은 첫만남부터 듬직한 느낌으로 기자단의 몸빵?을 담당할수 있을거라는 느낌이 들었다(이후 동생이랑 하루에 2번씩 싸운다는 그의 실전 경험담도 T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연서님과 보호자 Nari님도 곧이어 도착하셨다
어린이 기자단의 특성상 보호자가 먼저 정보를 발견하고 아이에게 권유를 하였을 테고 아이들은 처음에는 마지못해 끌려?오는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나의 어렴풋한 짐작이 있었지만 보호자 Nari님보다 앞장서서 들어오는 6학년 연서님에게는 전혀 그런 느낌이 풍기지 않았다
(3)
인사를 나눈 뒤
사전에 부탁한 공통 질문들을 나누었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기자가 정확히 뭐를 하는지 궁금해요”
루아님이 대답했다
“취재가 재미있을것 같아요”
연서님이 대답했다
“좋은 경험이 될거 같고 미래에 도움이 될거 같아요”
미래를 위해 찾아 왔다는 이든님의 대답에
”저도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될거 같습니다“
하는 쓰는 사람으로써의 기대가 섞인 대답 혹은 기자단 봉사 담당자로써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내뱉는 T였다
(4)
9월이 되었음에도 캘거리는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T는 먼저 와서 에어콘이 작동하는지 체크를 하고 선풍기를 틀어 놓았지만 더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그는 이든님의 꿈틀댐을 기점으로 5분간의 휴식을 요청드렸다
T는 메인 도서관이 더운지 기자단분들의 의견을 물은 뒤 메인 홀에 자리를 만들었다
그 사이 역시나 어린 기자단분들에게는 오래 앉아서 하는게 쉽지 않았는지 다들 준비해 놓은 초콜렛 쿠키를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당 충전을 시작한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T의 입장에서 도서관 공간이 더우니 사용하는데 사람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었는데
유진님이 캘거리의 여름이 이렇게 될지 몰랐으니 건물에 창문 또한 온도를 올리는 것에 맞추어져 있을거라는 무심코 하신 이야기에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는지 그도 모르게 위안을 받는다
짧게 가진 쉬는 시간은 모두에게 성공이었고
작년에 기부받은 소파와 테이블을 조합하니 더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의 모임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곧 다음 주제인 가족 신문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 나갔다
(5)
“장소나 행사, 퍼레이드를 소개하고 싶어요”
라고 말한 연서님은 곧 다음 프로젝트인 가족 신문에 가족의 책과 그림을 소개하거나 직접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처음에 도둑을 언급하신 이든님은 형사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취재, 기자의 종류, 수습기자의 일과, 방송기자의 대한 유진님의 설명에 집중한다
방송기자의 형태로 가족의 사건을 취재하는 소스도 얻는다
어떤 나라에 어떤 분야를 취재하고 싶다는 루아님은 글을 쓰는 것 보다 애니메이션으로 이후 가족 신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본인은 애니메이션 앱이 있다고 덧붙힌다
순간 T가 질문했다
“Chat Gpt를 써도 되나요?”
유진님의 안색이 안좋아지는가 싶더니
곧 답은 YES
하지만 AI로는 도움을 받는 거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라는 말씀을 주시며 덧붙혀 이런 말을 해주신다
“AI때문에 모든 직업들이 위협을 받을때,
모든 전문가들은 이럴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노력해야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차이는 그들에게 저희 내면의 어떠한 소스와 그것둘을 어떻게 조합하고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던지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6)
마지막 질문 시간에는
역시나 경험이 더 많으신 어른들의 질문이 많았다
”쉬울거 같아요 어려울거 같아요?“
T가 기자단 분들에게 질문을 했다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는 글 쓰는게 힘들거 같다는, 심지어 싫다는 분들도 계셨다
이 말을 듣고 그가 답변했다
“글쓰는건 다 큰 저도 쉽지 않아요
제 글을 남들에게 보여준다는건 더욱 쉽지 않구요
그래서 어찌보면 일찍 해보는게 도움이 될수 있을거에요”
미동도 하지 않는 그들의 표정을 보니 이게 적당한 위로의 말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정말 이건 T만의 위로 표현이었다
다 큰 어른인 그 조차, 쓰는 시간 클래스를 몇차례나 들은, 글을 쓰기 위해 회사를 때려친 그조차, 본인이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준다는것이 여전히 쑥쓰럽기 때문이다
(7)
이상으로 첫번째 한나무 어린이 기자단 모임을 마무리 되었다
첫번째 모임인데도 다들 느낌이 좋았는지
다음주에 예정에도 없던 2번째 모임을 잡았다
마찬가지
개개인의 느낌도 좋지만
세분의 어린이 기자님의 조합이 좋다
T는 유진님과도 끝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인지 바로 이 날의 글을 쓰며 T는 깨달았다
글 쓰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우선은 쓰고 싶은 글을 쓰자